머무른
2022
주현성
6년 전 할아버지께서 갑작스런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입원하시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몇 년을 누워 계셨고 그 사이 맞이한 코로나 19라는 질병은 왕래를 소원하게 만들어, 나를 포함한 가족들과 할아버지와의 관계 역시 마비된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상태는 호전되기 보다는 느린 속도로 나빠져가거나 유지되었고, 어느샌가부터 할아버지에 대한 안부는 더 이상 관심이 아닌 부담이 되어 금기시되었다.
8월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흐느끼던 할머니께 어떤 말도 건네지 못했다.
당장 내일이면 남의 일이 되어버릴 비극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가 역겨웠다.
그럼에도 나는 뻔뻔함으로 무장한 채 가장 가까이서 듣는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머무른>은 전달되지 못한 감각을 포착하는 것이다.
방호 비닐막 너머의 손길, 숨결, 기척, 온정을 따라 할아버지의 빈 집에서 이를 재구성한다.
모자라거나 미처 놓쳐버린 부산물들은 회상을 통해 기록한다.
기록한 감각은 가까운 이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온 말을 다시 기록해 하나의 오롯한 선물을 만들어낸다.
시각화된 감각은 가족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개인적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특정 물건이나 기억-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서사로부터 출발하지만 재현이 아닌 재구성의 방식을 통해 파편화된 기억들을 모아 공감의 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