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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골목
2022
강선우


사람들에겐 각자 애정이 가는 장소가 있다 과거에 누군가에겐 이 골목이 추억을 간직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는 장소였을 것이다. 이 골목이 주민들에게 그런 장소이다. 길을 걸었던 사람들도 사라졌듯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발을 내줬던 이 길도 곧 사라진다.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보존하고 싶다.
변하지 않는 동네가 부산 영도에 있다. 100년 가량, 변한 것보다 변하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영선동 수용소 골목의 다른 이름은 시간이 멈춘 골목이다. 이 골목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주민들은 열 가구가 안된다. 남아 있는 주민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골목과의 유대감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이 골목이 사라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골목의 시간은 멈췄지만, 주민들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골목의 채도를 없애 시간이 멈췄다는 느낌을 주었고, 반대로 주민들의 시간은 흐른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감을 그대로 주어 비교가 되도록 연출하였다. 빈골목의 사진은 쓸쓸하지만 주민들의 사진에는 따뜻함이 있다. 쓸쓸한 골목에 주민들이 있을 때 골목은 이전과는 다른 장소가 된다. 대조적인 사진들을 통해 골목은 주민들로 하여금 온전히 삶의 터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골목과 주민들이 닮은 점도 있다. 누구에게나 발을 내줬던 골목과 외부인인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 주민들 모두 친근감과 예스러움이 있다. 그러한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골목과 주민들 모두 그레인 효과를 주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