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Kang Minje

 
 
 
 
 

로봇이 아닙니다
2022
이현지


이 작업은 기계처럼 하루를 살아가던 내가 문득 겪게 된 정체성의 혼란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담는다.
'로봇이 아닙니다.'는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때 종종 마주치는 문구다. 이 문장으로 대표되는 캡차 시스템은 인터넷 사이트를 가입하거나 이용할 때 컴퓨터 프로그램의 부정 트래픽을 방지하 기 위해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는 기술이다.
나는 어느 날 인터넷을 이용하다 이 캡차 페이지를 마주쳤다. 나는 신속히 이 페이지를 벗어나 기 위해 '로봇이 아님'을 증명해야만 했고, 지시에 따라 특정 이미지 타일을 선택하길 반복했다.
그 순간 이러한 과정이 현대인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사회가 설정해 놓 은 목표만을 바라보며 기계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점차 로봇처럼 행동하는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깨닫는 순간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그때부터 나는 로봇이 아닌 인간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고 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로봇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면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 하여 일상에서 흘려보냈던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놓쳐왔던 장면 속에는 각기 다른 생명 들이 살아 숨 쉬며 나와 상호작용하고 있었다. 그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인간으로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이러한 시선이 점차 기계화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앞서 말한 정체성에 대한 고찰이 도출되는 과정을 표현한 영상 에세이다.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영상에 내레이션과 배경음악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