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의 섬광: 물리적 유형화
2023
조윤서
존재함에 대한 의문은 나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이다.
디지털 신호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0과 1로 이루어진 끊어진 정보 값일 뿐이다. 이 작업은 이러한
디지털 신호들로 둘러싸인 일상적 상황에서 개인의 삶과 감각이 실재함을 보여준다. 신체를 통해 표현되는
일회성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와 결합함으로써 존재함을 재현한다.
이러한 생각은 설치 작업으로 표현된다. 부조화를 이루며 캔버스 위에서 혈관처럼 내려오는 전선들은 외부
기계장치와 연결되어야만 작동한다. 이는 물리적 실체를 가질 수 없는 디지털 신호의 한계를 비유한다. 회로에 연결된 LED는 발소리, 대화와 같이 관객이 만들어 내는 일회적 소음에 반응한다. 이를 통해 작품 관람자의 움직임이 작업의 일부가 된다.
<주체의 섬광: 물리적 유형화>는 관객 없이는 텅 빈 오브제에 불과하지만, 관객이 신호를 보냄으로 존재가 드러난다. 작품의 존재는 관객의 존재를 보충하는 일종의 단서가 된다. 결국 이 작품과의 조우는 관객에게 자신의 현존을 각인시킬 수 있는 하나의 의미작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