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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를 위한 다섯 가지 아카이브
2023
이서진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쩌다 혹은 실수로 행한 죄가 쌓여 우리를 옭아맨다.
나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잠식해 가고 그 생각은 내 기억 저편에 있는 죄까지 닿는다.
그 죄가 무의식 속에 발현되어 나를 괴롭힌다.
그들에게 잠식되지 않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내 죄를 속죄받기로 한다.
첫째, 나에게서 가장 못 된 것만 골랐다. 나의 눈을, 혀를, 양손을 잘랐다.
그리고 죄를 사할 때까지 괴롭혔다.
둘째, 눈을, 제멋대로 훑는 눈을 떼어버리고는 심장에 박았다.
뜨겁게 역류하는 피가 눈을 녹여버리게, 죄책감으로 부드럽게 천천히 죽였다.
셋째, 내 입에서 나오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간사한 혀를, 이빨 달린 혓바닥을 목젖부터 사타구니까지 찢었다.
그러고는 넘쳐흐르는 죄책감을 핥아먹었다.
넷째, 양손을 댕강 잘랐다.그것은 가차 없이 나의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긁어내고 뼈를 발라냈다.
내 안의 죄를 죄다 뜯어냈다.
다섯째, 속에 갇힌 죄들이 내 살가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닭처럼 돋은 살을, 뜯어내며 죄값을 받았다.
잘 못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어. 너 나 없어. 나는 나를 빨아 대고 핥아 대고 뜯어내며 속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