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Kang Minje

asphyixiascar
2023
박경민

길거리를 트랙터처럼 빙글빙글 돌았던 날 의사는 나에게 조울증이라고 그랬다. 행선지 없는 유서를 쓰고 놀이터를 전전하다 집을 나가 폐쇄병동에서 지냈다. 나무상자에 들어가 딸기 같은 꿈을 꾸는 한낮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을 먹지 않기 거짓말을 하기 팔마디를 난도질하기 나의 몸과 사랑과 생일을 가위로 오려내기. 죽음을 예찬하며 힘을 내던 날들, 접시에 코 박고 죽겠다는 마음으로 말도 안 되는 일에 기도를 했다. 아주 작은 확률에 나의 죽음을 건 채 중력을 거스르며 숨을 참았다.
망울만 맺히고 피지 못한 채 져버린 생은 그대로 세상의 중력이 되었다. 숨 쉴 때마다 죽고 싶던 마음이 피어나던 때 너는 곁에 없었던가.
식장 앞에 서서 한 번 두 번 마음을 다시 센다. 흩어져 오는 짙은 안개와 지하의 옥상 그리고 쓰러져 잠든 멍울, 싸구려 조화가 꽂힌 꽃관과 붉고 흰 꽃들의 정원. 홍채는 그대로 부러진 반달이 된다. 가지고 싶었지만 두고 가야 하는 것들을 노잣돈처럼 넣는다. 삶과 마음 나와 타인 가족과 용서, 어질러진 방을 엄마가 치워두는 것을 마지막에야 알게 되었다.
상기가 끝나고 상복을 벗는 것을 탈상이라고 한다. 우울의 장례식을 치르고 상복을 벗겠다. 포탈을 역행해 겨울로 갈 것이다. 삶을 이겨내는 마음으로 이 슬픔에서 졸업하려 한다.
다시
     구름을
          따라
               하늘을
                    보며
                         걸으려
                               한다.
손이 부르트고 무릎에 멍이 가득하더라도 기꺼이 무너질 것이다. 나는 사막에서 나이트 시티까지 마지막 리프트를 타기 위해 달릴 것이다.